낙태죄 폐지, 그 이후의 문제들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 제1항과,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경우를 처벌하는 같은 법 제270조 제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이 각각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였습니다. “자기낙태죄 조항은 모자보건법이 정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임신기간 전체를 통틀어 모든 낙태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임신의 유지·출산을 강제하고 있으므로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는 점과, “모자보건법상의 정당화사유에는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갈등 상황이 전혀 포섭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헌법재판소 2019. 4. 11 자 2017헌바127)

(사진출처=pixabay)

헌법재판소는 동시에 2020년 12월 21일을 시한으로 국회에 대하여 개선 입법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이에 정부안을 포함한 관련 개정안이 다수 발의되었습니다.[1] 법무부는 2020년 낙태의 허용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보건복지부는 모자보건법 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하였습니다. 형법 일부개정안의 큰 골자는 임신 초기 상담을 전제로 임부의 자유로운 임신중단 결정을 허용하고, 임신 중기 제한적 요건에 의한 임신중단이 가능하며, 임신 후기 원칙적 임신중단 금지를 내용으로 하고 있었으나, 헌법재판소의 결정취지에 합당한 법률개정의 내용과 판단에 이견이 있어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통과되지 못했습니다.[2] 논쟁이 이어지던 중 2021년 1월 1일부로 위의 규정들은 효력을 상실하였으며, 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입법 공백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결정에서는 “낙태갈등 상황에 처한 여성은 형벌의 위하로 말미암아 임신의 유지 여부와 관련하여 필요한 사회적 소통을 하지 못하고, 정신적 지지와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상태에서 안전하지 않은 방법으로 낙태를 실행하게 된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그러나 계속되는 입법 공백으로 임신중지를 선택한 여성들은 여전히 보건의료체계의 사각지대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지금부터 낙태죄 폐지 이후 현재의 상황을 짚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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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공지능(AI)의 법률적 문제와 나아갈 방향

의료인공지능(AI)이란?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발표한 ‘인공지능 대중화를 위한 대국민 인공지능 이용 인식조사’에서 인공지능 대중화가 먼저 이뤄져야 할 분야를 묻는 질문에 병원·의료·헬스케어 분야라고 답한 비율이 62.1%로 전체 18개 분야 중 1위를 차지했습니다.[1]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진찰의 필요성과 함께 의료데이터를 학습해 환자를 분석하고 진단하는 의료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우리 일상에서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광의의 AI(인공 지능)란 기계 또는 시스템에서 표시하는 인간과 같은 모든 행동을 의미합니다. AI의 기본 형식에서 컴퓨터는 과거의 유사한 행동 사례를 통해 얻은 광범위한 데이터를 사용하여 인간의 행동을 ‘모방’하도록 프로그래밍 됩니다. 고양이와 새의 차이를 인식하는 것부터 제조 시설에서 복잡한 활동을 수행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2]

의료분야에서 AI는 방대한 양의 환자 및 증상의 정보를 분석하여 더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치료계획을 세우는데 활용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AI의료기기가 개발되어 의사가 의사결정을 내리고 정밀한 작업을 요하는 수술은 AI의료기기에게 맡기는 방향까지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미 미국의 의료기관의 3분의 1이 환자의 영상 분석 등에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3] 현재 인공지능이 의료에서 활용되는 대표적인 분야는 의료 영상 분석(medical image analysis)과 임상 의사결정 지원(clinical decision support)입니다.[4]

의료사고와 형사처벌,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안)

의사의 의료행위 도중 발생한 사고는 법적으로 어떻게 평가될까요? 환자의 신체에 회복이 어려운 상해행위를 했다면, 혹은 상황이 악화되어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면 이는 형법상 처벌받아야 할 행위가 됩니다. 그러나 의사는 환자의 생명을 위해 최선의 진료를 해야 하고, 최선의 진료에는 간혹 피할 수 없는 위험이 따르기도 한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순 없습니다. 의료계와 환자단체, 국가는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오랜 기간 모색해왔습니다. 2월 29일 정부는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안)(이하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하여 이 문제에 대한 환자단체와 의료계의 의견을 수렴하였습니다1. 이번 호 블로그에서는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각 조항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특례법에 대한 의료계와 환자단체의 입장을 검토한 후, 앞으로 법안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찰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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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반려동물을 복제하시겠습니까?

반려동물 복제에 대한 법적, 윤리적 고찰

최근 한 유튜버가 세상을 떠난 자신의 반려견을 복제한 영상을 올리며, 반려동물 복제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가장 문제된 부분으로는 현행 「동물보호법」 상 반려동물 복제 자체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을 뿐더러,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 등 타법의 규제 사항이 아니라는 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번 호 블로그에서는 동물 복제가 이뤄지는 과학적 방법을 알아보고, 상업 목적의 동물 복제에 대한 주요 윤리적, 법적 쟁점을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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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노이드, 작은 몸집 속 무한한 가능성

연구실 안에 빼곡히 들어찬 실험관들 속 인공 장기들, 병든 기존의 장기를 언제든지 새것으로 갈아 끼울 수 있는 미래의 의학 기술. 모두 미래 과학 영화나 시리즈 장르에서 자주 접해본 소재가 아닌가요? 이렇듯 인간의 신체 또는 장기를 복제하거나, 인공적으로 생성해내는 것은 오랜 기간동안 과학 및 의학계의 염원이었습니다.

‘오가노이드’, 다른 말로 ‘장기유사체’는 엄밀히 말하면 ‘인공 장기’와는 다르지만, 그 등장으로 수많은 가능성이 열리며 생명과학 및 의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지닙니다. 이번 달 의료법 블로그에서는 ‘오가노이드’를 소개하고, 오가노이드가 여는 가능성들을 살펴본 후, 이를 둘러싼 윤리적·법적 쟁점과 국내에서의 규제 현황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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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의해 규정되는 ‘제로’ 식음료

제로 탄산음료, 과자, 아이스크림, 소주까지 … 지금 식음료업계는 ‘제로’의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제로열량 탄산음료 시장 규모는 2016년 903억원에서 지난해 3000억원이 넘었을 것으로 추산[1]되며, 약 세 배 이상 성장하였습니다. 설탕을 비롯한 당류는 비만, 당뇨병 등을 유발한다는 사실 때문에 기피하는 동시에, 건강에 관심이 많은 MZ 세대의 니즈에 힘입어 ‘제로’ 업계는 나날이 성장하고 있는데요. 식품 안전은 우리 헌법상 보장되는 건강권[2]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제로’가 법적으로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번 달 블로그에서는 ‘제로’가 현행법상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국내외 유관기관에서 논의되고 있는 바는 어떠한지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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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면허 의료행위에 관한 논의: 국민의 보건과 법 해석 사이의 고민

우리는 흔히, 의료행위라고 하면 병원에 방문하여 의사로부터 처치를 받는 모습부터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의료행위의 개념은 비단 치료행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치료와 질병의 예방, 검진 등이 포함되죠. 하지만 중요한 개념요소는 바로 전문가가 행하지 않으면 위해를 줄 우려가 있는 행위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해석에는 결국 면허로써 자격을 갖춘 자만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는 엄격한 태도가 반영되어있는 것인데요.

그럼에도, 우리의 일상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무면허 의료행위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우리의 건강과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불법행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그에 대한 해이를 막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오늘은 무면허 의료행위의 개념과 주된 해석을 살피고, 판례를 검토하며 실무에서 주로 문제되는 유형과 그 쟁점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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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중독 치료법제, 선순환적 미래로의 시작점

연일 신문의 첫 면을 장식하는 유명인들의 마약 투약 관련 기사,

뉴스를 틀어두면 종종 들려오는 알 수 없는 신종 마약류의 이름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마약 청정국”이라 불리던 우리나라에도 마약범죄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면서 ‘마약’이라는 주제는 어느덧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익숙한 이슈가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사회적 문제의식이 제고되며 관련 법제에 대한 검토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이번 달 의료법 블로그를 통해서는 마약사범 치료법제의 필요성 및 현황, 해외 입법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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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시밀러와 특허분쟁

바이오시밀러, 특허소송에 휘말리다

이미지 출처: Shutterstock

바이오시밀러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나요? 구독자분들 중에는 잘 아시는 분도 있을테지만 아직까지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은 용어일 텐데요. 이번 달 생명의료법 블로그에서는 이러한 바이오시밀러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고, 특허분쟁에 자주 등장하게 된 원인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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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결정법 시행 5년, 병원에서 벌어지는 생의 마지막 현장

자신의 죽음에 대해 얼마나 생각해보셨나요? 여러분의 죽음이 어떤 모습이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실제로, 우리나라 사람 중 75%는 병원에서 생을 마감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단계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이른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그 제정의 배경에는 ‘김할머니 사건’이 있습니다.

오늘은 연명의료결정법 제정의 배경에서부터 시작해, 현행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알아나가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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