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버킷리스트-죽기전에 꼭하고 싶은 것들’에서 주인공인 자동차 정비사 카터와 재벌 사업가 에드워드는 우연히 같은 병실을 쓰게 되며 죽음이란 무엇인지,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화두를 나눕니다.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두 주인공은 대화를 통하여 의학의 역할이 단순히 삶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언급합니다. 이 영화에서 항암제를 복용하는 에드워드가 “심장마비로 죽는 게 100배는 낫겠네”라는 대사를 읊조립니다. 시한부 삶에서 생명을 연장하는 것과 환자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더 이상 같은 말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지난 19대 국회의 웰다잉법이 통과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삶이 얼마 남지 아니한 두 주인공은 ‘자신들의 방식으로 삶을 마치기 위하여’ 병원을 나가게 됩니다.
의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생명연장의 꿈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반면 말기 환자들에게는 삶과 고통이 함께 연장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70%이상의 사람들이 병원에서 죽음을 맞기 때문에 생명이 연장될 수 있는 가능성은 높아 보이나 이것이 환자와 그 가족의 행복지수와 연결된다고 보이지는 않습니다.
1997년 12월 보라매 병원 사건으로 인해 의료 기관에서는 연명치료 중단 등 존엄한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에 대하여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경향이 많았습니다. 의료인이 부작위에 의한 살인방조죄 등의 죄를 받았기 때문에 설사 말기 환자라 하더라도 존엄한 죽음을 위하여 의료행위를 중단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2009년 세브란스 병원 김할머니 사건 역시 환자의 죽음에 관하여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을 피하려는 의료기관과 환자의 고통을 덜어 주는 죽음의 방식을 선택하려는 환자 사이의 입장 차이를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대법원은 동 판결에서 환자측 보호자의 손을 들어 주었으며 생명 연장장치를 제거할 수 있도록 판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이 존엄사에 관한 대법원의 입장을 명확히 정리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며 병원 측의 과실에 의하여 발생한 의료사고가 사건의 발단이었다는 특수성이 있어 모든 사건에 이를 적용할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하였습니다.
1997년 12월 4일 ‘보라매병원 사건’, 2009년의 세브란스 병원 김할머니 사건등에 의하여 대법원의 판례는 죽음에 관하여 환자 본인의 의사보다는 의료기관 및 환자 보호자의 권리에 관한 다툼을 주로 다루었습니다. 그러나 2016년 1월 8일 ‘웰다잉법’ 입법은 제도적으로 스스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길을 합법화하고 있습니다. 동법은 연명의료계획서 또는 사전의료의향서 같은 문서로 자신이 연명의료를 원하지 아니하는 뜻을 남긴 경우 의사 2명의 확인을 거쳐 연명치료를 원한다고 판단하게 됩니다.